의류 수출을 통한 방글라데시의 경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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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Adam Davidson

출처: http://nyti.ms/YRDETZ


몇 년 전 아이티(Haiti)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에 있는 산업단지를 방문했을 때, 한 방직업체 간부가 제게 부유한 티셔츠 제조업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는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농부들조차도 기본적인 바느질은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제가 50만 달러(USD)를 투자해서 그가 아는 사람을 통해 중고 재봉틀을 구매하고, 냉난방 시설이 없는 콘크리트 건물을 임대하고, 일당을 3달러(USD) 정도 받는 소작농을 수십 명 고용한다면, 2년 안에 투자한 돈을 회수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돈을 회수하지 못한다면, 구입했던 장비들을 또 다른 빈곤국의 사업가에게 팔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지금의 선진국들은 대부분 과거에 ‘티셔츠 단계’를 거쳤습니다. 이 단계에 가난한 농부들은 불모지에서 농사를 짓기보다도 직물공장이나 의류공장에서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기를 선택합니다. 영국에서는 18세기 후반에 티셔츠 단계가 시작되었고, 미국에서는 19세기 뉴잉글랜드(New England)에서 한 번, 20세기에 남부지방에서 한 번으로 티셔츠 단계가 총 두 번 있었습니다. 지난 80년간 일본을 필두로 하여 한국, 대만, 중국 등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티셔츠 단계를 거쳐 경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의 일부 지역과 스리랑카 또한 현재 이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의 티셔츠 단계는 다른 곳보다 특히 혼란스럽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지난 달에 8층짜리 의류 공장이 붕괴되면서 수백 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했고, 국가는 비탄에 빠졌습니다. 방글라데시의 티셔츠 단계가 앞서 언급한 여러 나라들과 같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아이티처럼 정체를 불러올지 알 수 없습니다.


21개국의 지난 350년을 연구한 '직물업 종사자의 역사에 관한 Ashgate Companion(Ashgate Companion to the History of Textile Workers)’을 보면, 국가마다 티셔츠 단계를 다른 방식으로 거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식민지적 수탈 제도인 에코미엔다(Ecomienda)는 현지 노동자들을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일하게 만들었습니다. 합스부르크 제국은 티셔츠 단계에 붕괴했습니다. 일본은 세계대전으로 성장이 늦춰졌고, 독일의 티셔츠 단계는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뉴잉글랜드(New England)의 직물업 노동자들은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지역으로 떠날 것이라고 고용주를 협박하여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대체적으로 비슷한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Ashgate Companion’의 편집자인 Lex Heerma van Voss씨는 공장에서의 일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농부들이 많을 때에만 티셔츠 단계가 지속된다고 말했습니다. 티셔츠 단계에는 “바닥을 향한 경주”가 일어납니다. 공장주들이 가격 경쟁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받게 됩니다. 셔츠 한 장 당 생산비용을 몇 페니(penny) 줄이는 것은 별 차이가 없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대규모 의류업체들은 아주 적은 가격 인상도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압니다. 도매과정의 몇 페니 절감은 소매과정에서 몇 달러(USD)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공장이 이렇게 갈 곳 없는 농부들을 다 받아들인 후에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들은 주로 상품의 질을 개선해서 경쟁력을 높입니다. 티셔츠 단계가 끝나면 주로 “정상을 향한 경주”가 시작됩니다. 공장들은 와이셔츠와 같이 더 고급스런 옷을 생산하기 위해 숙련된 노동자들을 고용합니다. 보통 이 과정에서 노동조합들이 강성해지고 임금이 상승합니다. 공장주들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서 이윤이 더 많이 남는 사업을 찾기 시작합니다. 의류에서 저가 전자조립제품으로, 그 다음에는 자동차 공장이나 비행기 제조로까지 사업을 전환합니다. 이러한 경주가 고도화되면 현재 미국 제조업이 주력하고 있는 의료기기와 같은 값비싼 상품이 생산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품들은 대부분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만이 다룰 수 있는 기계로 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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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에서는 지금 바닥을 향한 경주가 계속되는 동시에 정상을 향한 경주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텍사스 프레리 뷰(Prairie View)의 A&M 경영 대학원 학장인 Munir Quddus씨는, 1970년대에 방글라데시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을 때 그곳에서 보낸 10대 시절을 기억합니다. 7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방직공장이 들어섰을 때부터 방글라데시의 빈곤률은 70%에서 40% 밑으로 감소했습니다. 방글라데시 국민의 하루 평균 생활비도 1달러(USD)에서 5달러(USD)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냉난방 시설이 갖추어져 비교적 양호한 공장도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공장은 낙후되었고, 시설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Quddus씨는 현재 국회 의석의 10% 정도를 공장주들이 차지하고 있고, 다른 공장주들도 정치인들과 결탁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최근에 붕괴된 공장의 주인이었던 Sohel Rana씨도 이 중 한 명입니다.


수출을 거의 하지 않던 방글라데시는, 이제 연간 180억 달러(USD) 규모를 수출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의류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Quddus씨는 “(방글라데시가) 400억에서 500억 달러(USD) 규모의 초강대국이 될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상을 향한 전략적인 경주가 필요합니다. 공장 시설을 점검하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려면 비용이 더 들 수밖에 없고, 도매업자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캄보디아는 노동자들의 격렬한 파업으로 월 최저임금을 방글라데시 최저임금의 두 배에 달하는 78달러(USD)로 인상했습니다. 이제 미국 도매업자가 캄보디아에서 만들어진 티셔츠를 사려면 2.5달러(USD) 정도를 내야 하는데, 이는 방글라데시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비해 82센트 정도 더 비싼 값입니다. 82센트는 의류 교역에서 큰 차이를 야기할 수 있는 액수입니다. 소매업 해외공급 컨설턴트인 Mike Flanagan씨는 방글라데시가 의류 가격을 50센트만 인상하더라도 엄청난 손해를 볼 것이며, 현재 400만 명에 달하는 의류 제조업 종사자들이 4,000명도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의류 생산비용의 인상을 우려합니다. 비용이 인상되면 수많은 재봉틀이 방글라데시에서 나이지리아, 케냐, 가나 등으로 이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제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의 경제학자인 Vijaya Ramachandran씨가 최근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의 산업 전망을 연구한 결과,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숙련되지 않은 노동력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높은 생계비 때문에 방글라데시와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Ramachandran씨와 저는 어떤 나라가 방글라데시의 티셔츠 단계를 이어받을지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Ramachandran씨는 버마(Burma)를 유일한 후보로 생각합니다. 어쩌면 지금 방글라데시는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티셔츠 단계의 끝자락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그들이 바닥을 향한 경주를 계속하고 있는 것에는 어떤 오해가 있을 것입니다. 방글라데시의 공장주들은 이제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에 뛰어들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공장에서 더 좋은 대우를 할 돈이 충분히 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할 때 더 큰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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