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참여 : 라이베리아(Lib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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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성의 정치참여 : 라이베리아(Liberia)

작성자: 박슬아 (GP3 Korea 발룬티어)


목차

Leaf.JPG자유의 땅 라이베리아(Lib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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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서안에 위치한 라이베리아(Liberia)


라이베리아(Liberia)는 자유(Liberty)에서 유래된 말로 "자유의 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실상 18세기 이후 라이베리아의 역사는 자유의 땅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암울했습니다. 라이베리아는 해방 노예들에 의한 간접적인 식민지배와 독재정치를 겪은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토착 원주민이 거주하던 라이베리아 땅에 해방 노예들이 대거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822년 미국식민협회(American Colonization Society, 약칭ACS)가 미국 내에 있던 해방 노예들의 정착지로 라이베리아를 수립하고 난 이후였습니다. 미국 노예해방이 1863년에 이루어졌기 때문에 아직 노예해방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는 아니었으나 노예 폐지 운동과 흑인들을 아프리카 땅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백인들의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이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식민협회(American Colonization Society)는 미국 내 흑인들에게 회원권을 판매하여 그 수익금으로 배를 구입한 다음 흑인들을 배에 태워 라이베리아 땅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미국식민협회가 흑인노예를 거느리던 백인들이 운영하던 단체였고 회원권이 매우 비쌌기 때문에 흑인들은 고향에 보내준다는 제의를 마냥 달갑게 생각하진 않았지만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기꺼이 회원권 값을 지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19세기 중반까지 세계 각지에서 라이베리아로 해방 노예 400만 명이 이주하였는데 미국 출신 흑인은 라이베리아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를 쟁취한 미국 출신 흑인들은 토지를 부족 왕으로부터 강제로 구입하여 현재 라이베리아의 수도인 몬로비아(Monrovia) 지역에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서구사회를 경험했다는 자부심 아래 토착 원주민을 미개하다고 여기고 문명화하려고 했고 유럽인들처럼 원주민들을 노예로 부리기도 했습니다. 얼굴색이 같았을 뿐 미국 출신 흑인들은 토착 원주민을 사실상 식민 지배한 것입니다. 미국 출신 흑인들은 이미 너무나 미국화되어 자신이 미국인인 것처럼 행세했고 정치적, 경제적으로 지배층으로 군림하면서 문화와 정치에 미국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라이베리아의 국기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미국인처럼 살려고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라이베리아의 국기는 미국 국기와 유사한 모양으로, 흰 줄과 붉은 줄이 엇갈려있는 바탕에 왼쪽에는 50개의 별 대신 하나의 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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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국기(왼쪽)와 라이베리아 국기(오른쪽)


그러다 보니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던 토착 원주민과 미국 출신 흑인들의 갈등이 빚어졌습니다. 쿠데타와 내전, 그리고 이를 이용한 사무엘 도(Samuel Kanyon Doe)와 찰스 테일러(Charles McArthur Ghankay Taylor)의 독재가 잇따르면서 라이베리아에서는 국민들의 삶의 안정보다 권력의 쟁탈전이 더 중요시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진흙탕 가운데서도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났습니다. 내전과 정치적 혼란이 지난 후, 라이베리아 정계는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엘렌 존슨 설리프(Ellen Johnson Sirleaf)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입니다. 그녀는 1980년대 군사독재의 반대편에 서서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였고 부패한 정치권에 맞서 싸운 인물입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신임을 얻은 설리프 대통령은 2005년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2011년 재선에 성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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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존슨 설리프(Ellen Johnson Sirleaf) 라이베리아 대통령


Leaf.JPG라이베리아에서 제한된 여성의 권리

설리프 대통령은 2011년 하버드대학 졸업 축사연설에서 “라이베리아의 정치 리더십은 항상 남성을 중심으로 한 "소년 클럽(boys club)"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여성들이 라이베리아에서 정치적인 위치에 자리잡고 있으며, 저는 앞으로 그 수를 증가시킬 생각입니다. 변변치 않은 제가 라이베리아 여성, 아프리카 여성, 전세계의 여성들의 열망과 기대를 대표하여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프리카는 더 이상 힘으로 권력을 잡는 남자들의 대륙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설리프 정부는 정치적인 혼란을 막고 물가상승을 억제하며 안정적인 정책을 펼쳤습니다. 또한 남성 위주의 정치가 아니라 여성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동참하도록 촉구했습니다. 전에는 국민들이 남성의 강력한 힘으로 추진되는 일을 선호했다면 이제 여성이지만 영향력 있는 리더를 지켜보게 된 것입니다. 라이베리아 여성 두 명이 2011년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 것과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두 명은 설리프 대통령과 평화운동가인 레이마 그보위(Leymah Gbowee)입니다. 두 명 다 부패한 정권에 맞서며 여성의 완전한 참여권을 위해 비폭력적으로 투쟁한 "여성‟입니다. 여성이 공식석상에서 노벨상을 받는 모습은 라이베리아 국민들이 여성의 능력과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설리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여성은 남자를 위해 '예약'되어있던 정부의 공식적인 자리가 너무 많았던 전에 비해 좋은 위치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위치의 예로는 벨기에, 중국, 독일, 북유럽국가, 코트디부아르와 남부아프리카 대사관의 여성 대사와, 몬로비아 시의 시장, 라이베리아 경찰청의 첫 여성 총장이 있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정치과정에서 여성의 참여가 사람들 개인의 의지보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2011년 통계에 의하면 입법기관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이 15%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오랫동안 라이베리아에서 여성은 그저 라이베리아 국가 안에 사는 사람이었을 뿐 정치에 참여할 수 잇는 성인으로 규정되지 않았습니다. 라이베리아에서 여성은 선거권, 참정권, 집회권 등의 정치 참여 부분에서 남성보다 적은 권리를 누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통념이 자리잡고 잇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로 법률적으로 여성이 불리한 위치라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라이베리아의 법률제도는 민법과 관습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민법에서는 유엔의 지지 속에서 라이베리아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법률이 검토되었지만, 가족법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차별적인 법률과 관습법이 남아있습니다. 민법에서는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고 토지 또는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으며,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습법에 따르면 여성에게는 재산 상속이 불가능하고 친권과 양육권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둘째로 선출직에는 여성 정치인이 매우 적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공공 및 정치 생활에서 여성의 참여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많이 있었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및 문화적 태도로 인해 국회에서의 여성의 정치 참여는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08년 기준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은 4명의 장관, 12명의 부장관, 5명의 상원의원, 9명의 하원의원, 5명의 교육감, 1명의 시장, 2명의 대법관이 전부였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는 2011년 13.5 %로 이전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여전히 정치 체제에서는 여성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의회에서 여성이 적은 수를 차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의 표현을 위한 최소한의 할당량 시스템이 없다는 것입니다. 전 유엔 인권(UN Commission for Human Rights) 고등 판무관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은 정치기관에서 일하는 여성의 비율 자체가 매우 낮기 때문에 "일단은 여성이 공적인 부분에서 조그마한 일이라도 시작하여 서서히 자리를 잡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라이베리아는 작은 지역기반의 부족지배체계와 큰 국가의회의 지배체계가 서로 단절되어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의회에 의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만 지방 정부는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아 부족끼리 모여 살면서 마을의 지도자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라이베리아 국민은 주민으로 등록된 16개의 부족과 주민으로 등록되어잇지 않아 선거권조차 없는 다른 부족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부족들끼리 마을을 이루며 살다보니 국가 전체를 위한 정책을 지지하기 보다는 자기 부족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잇는 정책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정부 수준에서 여성은 대부분 남성부족장의 시스템 아래에서 정치참여권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셋째로 경제적인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UN 여성 평화와 안보(UN Woman Peace and Security) 수석 고문인 앤 마리 게츠(Anne-Marie Goetz) 박사는 여성이 남성보다 낮은 교육수준, 적은 자금, 적은 경험을 가지고 잇으며 인적 네트워크 또한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라이베리아에서 성별에 따른 빈곤상태를 조사한 아래의 표를 보면 성별긴 소득 격차를 알 수 잇습니다. 최저 소득분위에 속하는 비율은 여성이 29%로 남성의 18%에 비해 높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일인당 하루 50센트(우리 돈으로 560원 정도) 이하의 생계비로 살아가는 인구비율도 여성이 72%, 남성이 64%로 여성의 비율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동시에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일수록 소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나 여성의 소득이 적은 이유가 교육의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표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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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리아 인구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나타낸 표


Leaf.JPG여성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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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NGO 단체 Make Every Woman Count (약칭 MEWC)에서 2011년도에 발행한 <아프리카 여성의 정치참여> 보고서는 라이베리아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장기적, 단기적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여성의 정치참여를 높이기 위한 대안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합니다. 첫째, 정당은 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당 전체 후보의 50%까지 여성 후보를 보유하고 각각의 후보자가 훈련, 기금 마련, 캠페인 등을 하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잇습니다. 둘째, 여성옹호단체는 강한 연대를 이루며 참여해야 합니다. 이는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들에게 방어막을 제공하고 협상의 힘을 키워 줄 것입니다. 셋째, 뉴스 미디어뿐만 아니라 친민주주의 단체와 인권단체들은 정치권에서 남성이 중심이 되는 젠더의 주류화 문제를 강조할 필요가 잇습니다. 넷째, 선거관리위원회의 고용은 남녀가 비슷한 비율이 되어야 하며 모든 선거 과정에서 여성의 불평등 문제가 적극적으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다섯째, 국가 경영자는 남녀가 평등한 지위를 가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내각의 구성원을 임명할 때에도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높이기 위한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3가지를 제시하고 잇습니다. 첫째로 헌법을 개정하여 여성이 의회에서 일정 비율을 차지할 수 있도록 의회쿼터제(gender quota in parliamentary elections)를 도입해야 합니다. 쿼터제란 어떤 제한을 할 때 특정부문, 집단, 또는 개인에 대하여 주어지는 할당을 말하는데 의회쿼터제는 의회의 구성원에서 여성이 일정 비율 이상 차지할 수 있도록 할당량을 부과하는 것을 말합니다. 둘째로 여성을 포함한 시민들의 힘을 기르기 위해 교육의 기회가 폭넓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셋째로, 여성을 가사의 의무로부터 해방시키고 법치국가로 가기 위해 시민교육위원회(Commission of Civic Education)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시민교육위원회는 여성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포괄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대통령의 자문 기구가 되기도 합니다.


Leaf.JPG여성의 정치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

1986년에 제정된 라이베리아 헌법은 거버넌스 위원회와 헌법심의위원회, 법률개혁위원회에 의해 최근 검토 과정 중에 있습니다. 라이베리아에는 반민주적ㆍ반인권적 공권력을 행사하여 권력을 잡거나 금전적 이윤을 취하는 등의 은폐돼 온 진실을 밝혀내는 기관인 진실 화해 위원회(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가 있습니다. 헌법검토는 진실 화해 위원회의 2009년 보고서 이후에 시작되었는데요. 이 보고서에 의해 여성 정치후보자에 대한 공식적인 할당량제도의 도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잇습니다. 2013년 1월에는, 몇몇 여성옹호단체가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에서 개최되는 법률검토과정과 관련한 회의와 심포지움에 모였습니다. 여성의 정치적 접근성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 열린 회의와 심포지움에 여성옹호단체가 참석한다는 것은 법률 검토 과정에서 젠더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냅니다. 여성후보 할당량제도를 지지하여 여성옹호단체는 국민들의 젠더 관점을 통합하고 라이베리아 여성의 정치 참여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라이베리아의 성비를 살펴보면 여성이 50.6%로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성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국민의 절반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라이베리아 여성의 정치 참여가 늘어난다면 중앙 정부에만 집중되어 있는 라이베리아의 민주주의가 지방 정부까지 퍼져나갈 것으로 기대합니다.


Leaf.JPG참고 자료

여성의 정치참여 라이베리아(Liberia) 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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