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물 산업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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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John Vidal

출처: http://bit.ly/18E8sh3


나이지리아의 도시, 라고스(Lagos)는 물 공급이 절실히 필요한 남방 개발도상국들(global south)의 수많은 도시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물 산업의 발전방향을 두고 민영화, 공영화, 혹은 민관협력(PPP: Public and private partnership), 세 갈림길 앞에 주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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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녀가 고마(Goma)의 대중 물 분배 서비스의 펌프에서 물을 채우고 있습니다. 콩고의 대도시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타 지역의 많은 사람들과 같이 집에 깨끗한 수돗물이 부족합니다.


25세 지미 오로고베니(Jimmy Orogobeni)는 라고스(Lagos)에 위치해 있는 그의 집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그 날을 평생 기다리고 있습니다. 1999년 세계은행(World Bank)의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는 라고스에 물 공급 확장을 공고했고, 라고스 내 아제군레(Ajegunle) 빈민가에 영국 혹은 프랑스 회사가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줄 것이란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라고스 수자원공사 대표는 국제금융공사의 계획이 라고스 도시들이 감당하기엔 “끔찍이도” 비싸고 비현실적이라며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공여국의 정부, 은행, 유럽과 미국의 기업 조합들은 지미 오로고베니와 같은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기 위해 잇따라 아프리카의 대도시로 향했습니다.

국제금융공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정부와 은행, 조합들은 전문기술과 다량의 수로연결을 제공해주는 거대 수자원 관련 기업에게 수도 사업권을 양도해줄 것이라는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회사, 은행, 공여국들은 연방, 지방 관료들과 수자원 관련 기업의 수요를 맞춰줄 방안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했거나 물 산업 민영화에 필요한 수십억 파운드를 마련하지 못해서 결국 목표를 뒤로하고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나이지리아 국민들에게 물은 공공재로 여겨져 왔기 때문에 물의 민영화가 사기업들이 영리를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하는 것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오로고베니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라고스(Lagos)의 1천 500만명의 주민들에게 물 산업 민영화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상태는 곧 비위생적인 물에 대해 막대한 돈을 계속해서 지불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라고스의 수도원수공급 파이프의 80%는 도둑맞았으며, 고작 5% 남짓한 사람들만이 수돗물을 집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도꼭지에서는 보통 물이 나오지 않으며 수많은 대도시 수돗물의 위생마저도 보장할 수 없는 실태입니다. 이렇다 보니, 병원은 항상 설사와 그 밖의 물 관련 질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가 1999년 야심차게 내세웠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후 남은 것이라고는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인파로 인해 급증한 물의 수요 뿐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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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스에서 한 남자가 물이 실린 카트를 밀고 있습니다.


국제금융공사(IFC)는 최근 또 한 번 라고스와의 수자원 관련 합의 앞에 좌절해야만 했습니다. 세계은행의 사설 기관인 국제금융공사는 1995년 이례로 전세계의 물과 위생 관련 사업을 위해 750억 달러 이상을 대출해주었습니다. 또한 국제금융공사는 라고스의 수자원 관련 사기업과 민간협력(PPP: Public and Private Partnership)의 투자 가능성에 관한 논의를 비밀리에 해왔습니다. 하지만 2015년 2월 첫째 주, 국제금융공사는 협상들이 결국 성사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재개될 가능성 역시 아주 낮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의 내용과는 다르게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는 라고스(Lagos) 수자원공사(LWC: Lagos Water Corporation) 와 어떠한 합의에도 서명하지 않았습니다. 라고스 수자원공사는 국제금융공사와의 협력에 관심을 보였고, 국제금융공사는 라고스 수자원공사를 도와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국제금융공사는 라고스 수자원공사에 대한 자문을 철회하였습니다. 국제금융공사는 계속해서 나이지리아 국민과 정부의 개발목표 달성을 응원하고 이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것 입니다.”라고 국제금융공사의 성명은 설명합니다. 국제금융공사 대변인은 "우리 기관은 18개월간 라고스와 논의를 해왔고 이제 이 논의를 계속하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결정했습니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협상실패가 국제금융공사에게는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했습니다. 국제금융공사는 전 세계 물 사업의 가장 큰 기부자이자 투자자입니다. 정부에게는 자문을, 기업들에겐 융자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그들이 개발도상국 내 자원이 부족한 물과 위생 시스템의 투자와 인수를 추진하고, 최종적으로 전반적 민영화 정책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합니다. 국제금융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이 국제기관은 1993년부터 2013년까지 절반 이상이 라틴아메리카에 위치한 물 사업 847개를 끝마쳤습니다.

사실상 이 사안은 1980년대에 영국이 세계 최초로 전 수자원산업의 민영화를 진행한 후부터 지속해서 정치적 화두가 되어왔습니다. 정치, 환경 단체 연합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물의 시세가 오르는 것을 우려해 국제금융공사의 물 민영화 사업을 반대해왔습니다.

수자원 사업과 관련해 제안된 프로젝트의 수가 줄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2000년대 초반부터 정치권의 분노가 일었습니다. 세계은행(WB: World Bank)과 G8 국가들이 2000년도에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를 서명했을 당시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고 있다는 것 역시 정치적 반발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제금융공사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768백만 명이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25억 명은 안전한 위생시설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3백 5십만 명은 수질과 위생시설의 결여와 관련된 질병으로 매년 사망하고 있습니다.


물 산업 민영화 바람의 전환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 때 일었던 물 산업 민영화 바람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합당한 가격으로 깨끗한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수자원 관련 기업들과 20년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던 많은 도시들이 현재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물 공급을 공공기관에 맡기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추세라고 합니다.

Transnational Institute(TNI), 국제 공공부문 노동조합 연맹 연구소(PSIRU: Public Services International Research Unit), 초국적 관측소(Multinational Observatory)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 Aires),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 파리(Paris), 아크라(Accra), 베를린(Berlin), 라파스(La Paz), 마푸토(Maputo)와 쿠알라 룸푸르(Kuala Lumpur)를 포함한 35개국의 180개 도시와 공동체들은 지난 10년동안 시 정부가 수도 시스템을 관리하는 체계로 돌아갔습니다. 이 도시들과 공동체들 중 100곳 이상이 미국과 프랑스에 위치해있고, 14곳은 아프리카, 12곳은 라틴아메리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시 정부의 수도 사업 관리 체계로 돌아온 도시들 중 개발도상국 내 도시들이 선진국 내 도시들보다 그 규모가 큰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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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Brussels)의 Transnational Institute(TNI)의 연구원이자 이 보고서의 저자 사토코 키시모토(Satoko Kishimoto)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공동체와 정책 입안자들은 인프라에 대한 투자 부족, 관세 인상, 환경문제 등 물 민영화와 관련된 흔한 문제들을 직접 경험하면서 공공기관이 시민들에게 더 나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할 인간의 권리를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시 정부가 물 산업을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한 수도 공익 사업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공공) 기관들은 그들이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공공기관 간의 협력은 물 공급 서비스를 개선하고 물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는데 있어 최적의 방법입니다.”라고 사토코 키시모토는 덧붙였습니다.

2월 첫째 주에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에서 발표한 보고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진행중인 수도 사업은 더 이상 없으며, 이전에도 개발도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업은 많지 않았습니다. 2007년 계획된 주요 사업 85개중 22개만이 2013년에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었습니다. 또한 세계은행(WB: World Bank)은 국제금융공사가 지난 20년간 물 사업에 투자한 투자금의 28%에 해당하는 사업 63개는 이미 실패했거나 실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지난 5년간 수도와 하수도 민영화의 실패율은 34%로, 같은 기간 에너지 6%, 전자 통신 3%, 교통 7%와 비교하여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Small Planet Institute의 연구소장 안나 라파(Anna Lappe)가 지적했습니다.

물 사업은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의 지원자금의 작은 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2013년 제기된 불만의 40% 가까이가 물 사업과 관련되어 국제금융공사는 불리한 입장에 처해있습니다. 하지만 국제금융공사는 연방, 지방 정부들이 실패의 경험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고 있으며, 실패한 사업의 대부분은 민영화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수도 사업이 제대로 된 계획 아래 시행되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국제금융공사의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해명합니다. "제대로 기획되고 구성된 민관협력(PPP: Public and private partnership)은 오늘날의 국제적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습니다. 민관협력의 체계를 갖춘 수도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평가는 실제로 물 산업의 민영화가 식수 공급을 확장시키고 그 질을 향상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물 공영화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의 반발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국제기업책임단체(Corporate Accountability International)의 선임 기획자 나다니엘 마이어(Nathaniel Meyer)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습니다. "물 산업 내 민관협력은 기업의 영리를 증진시킬 뿐, 그 대가는 고스란히 사람들이 치르게 됩니다. 민관협력을 포함한 그 어떠한 민영화도 물 산업 내에선 방법이 될 수 없습니다. 성공적으로 물 공급 산업이 개설된 지역들은 언제나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해주는 비용의 75%를 감당해내는 인프라를 구축, 유지하기 위한 공공기관의 노력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물 산업의 민영화는 예외 없이 물 값을 치솟게 하고, 그 값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물 공급 체계에서 제외되며, 이는 결국 급격한 인력 감소를 초래합니다.”

“정부는 대개 예산에 제약이 있다는 이유로 민간 부문과의 ‘협력’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고 해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민간 기관들은 협력이라는 명목 하 정부와 국민들의 세금에 의존하여 인프라를 구축하는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사적인 영리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 영리 중 일부는 정부와의 사업권 양도 계약으로까지 보장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마이어 선임 기획자는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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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가 인도 아라하바드(Allahabad)의 길가 수도꼭지에서 물을 마시고 있습니다.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6명중 1명 이상 꼴로 하루에 필요한 안전한 물을 충분히 얻지 못한다고 합니다.


성공과 실패

물 민영화의 성패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학계의 일부에서는 에콰도르의 과야킬(Guayaquil), 루마니아의 부쿠레스티(Bucharest), 콜롬비아의 몇몇 도시, 그리고 세네갈과 모로코의 사례를 들며 물 민영화의 성공을 주장합니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볼리비아, 탄자니아, 인도네시아와 유럽의 일부 지역에선 물 민영화가 여지없이 실패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민영화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주목하는 도시, 마닐라가 있습니다.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는 1997년, 마닐라에서 27억 달러(USD) 상당의 물 사업권을 시 정부와 사기업들에게 양도함으로 물 민영화 사업을 착수했습니다. 국제금융공사의 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이 17억명에게 추가적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었고, 환자들의 설사 발병률을 51%까지 감소시켰으며, 물의 가격을 기존 물 상인들이 청구했던 제곱 미터 당 비용보다 20배 가량 낮춘 성공적인 사례라 주장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마닐라의 물 민영화는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시켰고, 법적 분쟁을 일으켰으며, 특정 지역을 물 공급 시스템에서 제외시키는 등의 문제점을 야기했고, 관련 기업들에게 불공정한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반박합니다. 2월 첫째 주 마닐라 내 대다수의 지역에서 물 값이 거의 10% 이상이나 인상되었습니다.

그 예로 인도의 가장 큰 도시 나그푸르(Nagpur)에서 추진되고 있는 상당 규모의 물 민영화 사업이 있습니다. 이 도시의 현지인들은 높은 가격, 사업 지연, 불평등한 물 분배, 서비스 규제 등의 이유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 사업과 관련한 부패와 불법 혐의는 결국 주민들의 시위로 이어졌고, 시청 공무원들은 계약 위반으로 조사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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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청소년이 필리핀 마닐라 동부에 위치한 퀘존시(Quezon)의 가난한 지역에서 마실 물을 팔기 위해 통에 물을 받고 있습니다.


국제금융공사(IFC: International Finance Corporation)와 라고스(Lagos) 시와 민관협력(PPP: Private and public partnership) 프로젝트 시행에 또 다시 실패한다면 라고스 시 정부가 “공공협력(Public-public partnership)”이라는 대안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공공협력”은 시 정부가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가격을 낮게 유지하고 사기업들과의 협력에서는 필연적이었던 법적, 기업적 측면의 장애물들을 초면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합니다. 키시모토는 이러한 “공공협력”은 가격, 질, 효율성 면에서 민영화보다 우세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키시모토는 이어서 라고스와 같은 도시들이 다른 도시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과 경험을 교환하는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암스테르담(Amsterdam)은 모로코,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의 도시들과 협력함으로 수자원 제공의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민간부문에서 사용되는 사업인수 절차는 값이 높을 뿐더러 번거롭기까지 합니다. 반면에, ‘공공협력’ 체계는 저렴하면서 보다 쉽게 운영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지자체간의 연합을 통해 수도 사업을 통합하는 사례가 꽤 빈번하게 이루어집니다. 선진국의 도시들과 개발도상국의 도시들 간에도 이러한 연합 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면 바람직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공공협력’은 금융시장의 관점에서는 위협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이 협력 체계의 수는 이미 증가하고 있으며 요코하마를 포함한 70여개 국의 130개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공공협력의 목표는 도시의 물 공급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만 합니다. 세계은행(WB: World Bank)은 계속해서 라고스(Lagos)와 같은 지역에 대규모 사업을 지원할 수는 있지만, 민영화라는 이념에 고착되 있어서는 안된다” 라고 말하며 물 공급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니 정부의 신속한 개선책 방안이 필요합니다.”라고 키시모토는 강조했습니다.

라고스 아제군레(Ajegunle) 빈민가에서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오로고베니도 아마 그녀의 말에 동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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